괴 물
우리는 때때로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거울을 보듯 가만히 들여다보면
몸부림 치고 있는 묵은 상처들을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로부터 혹은 과거의 어떤 경험으로부터 생겨난 상처들.
시간이 지나면서 까맣게 잊고 지냈던 상처들이
스물스물 고개를 들고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시기를 놓치거나 무시한 채로 덮어두었던 상처들은 어느새
내면의 깊숙한 곳에 둥지를 틀고, 그 자리에 깊이 뿌리 내리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그 원인을 자기 안에서 찾기보단 외부의 탓으로 돌려버린다.
일시적으로나마 마음이 좀 편해질런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반복되다보면 내 자신을 합리화시키고
방어하기에 급급해져 정작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몸과 마음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며 치유되길 원한다.
사람으로서 가장 자연스러우며 편안한 상태로 돌아가길 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이러스처럼 퍼져 있는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상처를 드러내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전제가 되어야만 치유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것이다.
내 안의 어떤 기억이 상처를 만들어 냈든간에 주저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
당장 아픈게 싫어서 기억을 조작하거나 회피해 버린다면 그 상처는 더 깊어지게 된다.
이렇듯 무심히 방치한 상처는 암세포처럼 퍼져 더욱 힘든 지경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어떤 문제든 본질적인 접근을 통해 보다 근본적인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애써 덮어두려 하더라도 점점 더 악화될 뿐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놀라운 자가치유능력을 발휘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용기를 내야 한다.
내 안의 못난 괴물과 마주해 대화를 시도하고, 스스로와 싸워 이겨내야만 한다.
도망치고 싶고 힘들지라도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자연히 치유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 심신은 한결 편안해지고 깃털처럼 가벼운 상태가 될 것이다.
스스로를 보살피고 사랑하는 자만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더이상 두렵지 않다.
두 눈 똑바로 뜨고 내 안의 괴물과 만날 것이다.
이런 시도는 죽을 때까지 반복되고 이어져야 한다.
진정한 나와 마주하게 되는 순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