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25.
2013. 6. 24.
2013. 6. 19.
photographe d'enfant
어린이 사진사
어느날부터인가 나는 어린이 사진사가 되었다.
길을 지나다 눈이 마주치면 경쾌한 목소리로 인사를 주고 받고는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함께 찍기도 한다.
다음 만남을 위해 사진을 인화해두고는 그 다음에 만났을 때 선물하는 것이다.
깜짝 놀랄만한 선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큰 노력이 필요한 일도 아니지만
거기에는 순수한 마음이 오고 가는 기쁨이 있다.
나는 내 나름의 시선으로 아이들과 가까워지는 것을 좋아한다.
언젠가부터 나는 때때로 어린이가 되었다.
그저 그들과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되는 것이다.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서로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기만 하면 그만이다.
말처럼 그리 쉽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마음만 먹으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다.
전혀 모르는 동네에서 낯선 얼굴의 아이들이라 해도 말이다.
그 사이에는 서로의 마음이 투명하게 비치는 거울이 있다.
2013. 6. 18.
Basmati Rice
바스마티 밥냄새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요리나 가정일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부터는 아주 천천히 조금씩 부엌일에도 관심이라는게 생기기 시작했다.
아직도 청소에 관해서는 방관하기 일쑤다.
나는 남편에게 미루고 그는 내게 미루는 그런 방식으로 서로의 게으름을 꾸짖곤 한다.
부지런함에 대해서라면 나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대부분의 일에 대해서 귀찮음을 핑계로 쉽사리 싫증을 내고
꾸준히 오랫동안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일에는 도무지 자신이 없다.
특히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이라면 더더욱 사양하겠다.
하지만 그런 나도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라면 때로는 부지런해 지기도 하는 것이다.
요즘 내가 좋아하는 일들 중 하나는 바스마티쌀로 밥을 짓는 일이다.
깨끗한 물로 바스마티쌀을 서너번 씻어 반시간 정도 불려두었다가
센불에 올려 끓기 시작하면 냄비에서 아주 기분 좋은 향이 솔솔 풍긴다.
고소하면서도 향긋한 냄새가 집안에 은은하게 퍼지면 아주 약한 불로 줄이고 기다린다.
때가 되면 불을 끄고 다시 기다려야 하는데 이 순간이 가장 참기 힘든 순간이다.
허기가 져서 그런 것도 아니거니와 급히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늘 이 시간만 되면
오분이 십분처럼 길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니 나는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진득히 기다리는 사람이 못되었다.
그래서인지 주말의 극장이나 놀이공원은 내가 좋아하는 장소가 아니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로 주말에는 절대 가고 싶지 않은 장소들이다.
지루한 기다림도 싫거니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인공적인 장소에 가면
공기가 희박한 곳에 온 것처럼 점점 가슴이 갑갑해 지는 것이다.
이러 저러한 까닭으로 평일 오후 두시쯤의 극장 뒷자리를 좋아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부산하게 조조영화를 보러갈 타입도 아니지만
점심시간 이후의 나른한 시간대가 내게 알 수 없는 편안함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물론 다른 나라에서 영화를 보러갈 때에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남편과 독일북부의 작은 도시 브레멘에서 '피나'를 보았을 때처럼 말이다.
평일 오후의 그 시간은 왠지 나른해지고 차분해지는 그런 시간대인 것이다.
나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그 시간에 낮잠을 청한다.
한두시간 정도 꿀잠을 자고 나면 온 몸이 느슨해지며 근육의 긴장마저 풀어지는 느낌이다.
바스마티쌀에 대한 얘기로 다시 돌아가 왜하필 그 많은 쌀 중에서 바스마티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최고의 쌀이라고 말하고 싶다.
밥을 지었을 때 밥알이 한알 한알 살아있고 깃털처럼 가벼우며
보통 우리가 먹는 찰진 쌀보다 소화가 잘된다.
보통 우리가 먹는 찰진 쌀보다 소화가 잘된다.
또 아까 말한 것처럼 그 향긋한 냄새에 반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바스마티는 전기밥솥이나 압력솥이 아니라 냄비로 밥을 지어야 제 맛이다.
밥을 짓는 과정 하나 하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기에 짓는 이의 정성이 깃들어 있다.
이보다 편하긴 하지만 타이머로 작동되는 전기밥솥으로 한 밥과는 뭔가 다른 맛이다.
요즘 자꾸만 드는 생각이 있는데 진정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것을 위한 조금의 불편함은 기쁘게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한 조금의 불편함은 기쁘게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댓가가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아니한가.
도시를 떠나 시골로 찾아드는 사람들에게 그까짓 불편함이 대수인가.
자연에서 얻는 풍요와 여유로움이 그보다 훨씬 값지기 때문이다.
어릴적부터 기회비용의 문제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해왔기 때문인지
비교적 이를 받아들이기가 쉬웠다.
비교적 이를 받아들이기가 쉬웠다.
내 손으로 키운 채소와 내 손으로 지은 밥을 먹는 일은 그야말로 행복한 일이 될 것이다.
열흘 뒤면 우리는 좀 더 자연에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한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작은 바닷가 마을.
유도화 꽃이 만발하고 무화과가 익어가는 곳.
유도화 꽃이 만발하고 무화과가 익어가는 곳.
정면에는 지중해 바다가 펼쳐지고 뒤로는 산이 있는 언덕 위의 집으로...
이사할 집을 찾는 여행에서도 나는 소풍 나온 어린애마냥 신이 났었다.
남편을 따라 산으로 바다로 집을 보러 다녔는데 그 중에 좋은 곳이 하도 많아서
적잖이 고민이 되었지만 그 고민을 한방에 보내버린 곳에서 살게 된다.
경치만큼이나 그 이름도 멋진,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아우쉬탐으로!
경치만큼이나 그 이름도 멋진,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아름다운 아우쉬탐으로!
Live, Love and Laugh
살아라 사랑하라 그리고 웃어라
인생의 웃음들
요즘은 참 웃을 일이 많다.
인생의 웃음이 넘쳐나는 시기랄까?
왠지 평생 웃어야 할 몫을 모두 꺼내 쓰고 있는 사람처럼 넋이 나간 듯 기분이 좋다.
어쩜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마도 앞으로 더 놀랄만한 황홀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겠지.
뜻모를 미소를 지으며 잠시 머릿속에 살짝 그려본다.
예전 남편과 무심코 나눈 비현실적인 몽상들이 하나둘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마치 퍼즐조각이 맞춰지듯 모든 일들이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또한 경이로운 모습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매순간 감사함을 느낀다. 알함두릴라!
2013.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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